#1 짝사랑 중인데 상대방이 외국인 남자라면
그렇다. 내 남자친구는 외국인이다. 뉴질랜드 남자와 한국인 여의 국제연애가 이렇게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을 줄 작년의 나는 몰랐더랬다. 누가 먼저 연애를 시작하자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의 연인이 되어있었다.누군가 나에게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보면 착하고 순둥순둥한 이미지의 사람이 좋다고 고민도 없이 대답했는데 작년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상남자에 마초같은 사람이 좋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우연히 호주에서 주짓수를 시작했고 두달동안 거의 매일 도장에 출석하다시피 했다. 구 썸남 현 남자친구는 아마추어 MMA 선수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도장 곳곳에 그의 대회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그와 겹치는 수업이 없어도 나는 그를 알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스파링을 하는데 코치님의 지정에 따라 그와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의 앞에 앉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몸이 너무너무 커서 종이인간인 당황해서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코치님이 웃으면서 한마디를 남겼다. "Kill him!" 나는 속으로 내가 깔리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팔 하나 안 잡히고 버티기만 해도 진짜 잘 한거다 하며 다시 그의 얼굴을 봤다.
그 때 그가 날 내려다보며 씩 웃더니. "Kill me"
그렇게 그날부터 짝사랑이 시작된거야.
#2 우린 아직도 알콩달콩해
운동 갈 때마다 말 걸어보겠다고 집에서부터 질문사항을 준비해 가던데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주년이라니 감개가 무량하다. 친구도 아닌 애매한 관계에서 갑자기 진전된 우리의 관계지만 나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말도 못하고 짝사랑을 하다가 그도 나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알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가 나와 맞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남자와 연애를 한다고 하면 말은 통하는지 웃음코드는 맞는지 식성이 너무 다르지는 않은지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 내 생각은 그렇다. 같은 국적의 사람이어도 말이 안 통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취향이 다를 수도 있다. 나는 웃기다고 깔깔거리며 웃는데 상대방은 그게 왜 웃긴지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모든 것들이 그냥 잘 맞았고 점점 시너지 효과가 좋게 날 정도로 지금도 잘 맞는다.
어제는 내가 치킨난반이라는 일본 요리를 해줬는데 치킨을 너무 오래 튀겨서 치킨이 질겨졌다. 그는 아주 솔직한 타입이라서 맛있는데 치킨이 너무 질기다. 하지만 지금 식당에서 먹는 맛의 80%까지 도달한 거 같으니 다음에 한번 리벤지를 해보자 라며 밥을 먹는 도중에 맛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옷에 기름 다 튀기며 요리했더니 리뷰를 하고 있네? 거기서 속이 상한 나는 토라져서 밥을 먹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그냥 자기가 너무 솔직한거니까 신경쓰지 말라며 치킨을 내 그릇에 올려줬다. 또 마음이 풀린 나는 치킨을 한입 베어물었는데 이게 왠걸. 소리부터가 너무 질기고 치킨이 씹히지가 않았다.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웃음이 터져 눈물을 흘리며 웃기 시작했다. 나도 내 요리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버렸다. 우리는 한참을 울다가 웃다가 겨우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이런 것 같다. 아주 다른 성격의 우리지만 웃음코드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하고 화가 나는 포인트가 달라서 딱히 싸울 일도 없다. 내가 토라져서 방에 들어갈 때면 갑자기 들어와 장난으로 주짓수로 암바를 건다던가 초크를 걸어 화를 풀려고 하는 그가 나는 그냥 웃기다. 거실에서 이상한 춤을 추고 있으면 같이 커플 댄스를 춰주고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같이 조금 이상한 화음을 쌓기도 한다. 가끔은 랩네임을 만들고 랩을 한다던가 대뜸 상황극을 하기도 한다. 어제도 요리하다가 한손에 국자를 들고 커플댄스(라고 읽고 그냥 막춤)을 추면서 점점 잘 맞아간다며 서로를 칭찬했다.
#3 항상 행복하고 사랑하자
호주에서 인생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크게 배신을 당해서 돈도 날리고 사람도 잃고 직장도 잃은 적이 있었다. 돈도 돈이지만 믿었던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나를 등질 줄 몰랐어서 충격이 너무 컸다. 불면증이 생겨 자고싶어도 잠이 안오고 겨우 잠들어도 네다섯번을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를 반복하고 병원에 갈 돈 조차 없어 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에게 말을 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돈이 없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때 그는 내가 깰때마다 같이 깨서 토닥여서 재워주고 어떻게 알았는지 돈이 떨어질때쯤 되면 밥 사먹으라고 몇번이고 돈을 보내줬다. 무기력해진 내가 움직일 수 있게 좋아하는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야채를 다 썰어놓고 편지를 써 두어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는 할 수 있다며 항상 용기를 줬고 나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다시 도전하기 시작했다. 바닥을 쳤던 자존감을 그와 함께 끌어올려 퇴사 2주만에 내가 갈 수 있을까 라고 상상조차 못했던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겪으며 생각했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도 항상 행복하고 사랑하자. 그런 마음을 잃지 말자. 나쁜 생각으로 나를 갉아멀지 말자.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나는 괜찮을거야.
나는 그와 함께 하는 미래가 기대가 된다. 그와 있으면 행복한 내일이 그려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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