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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와 비니

뉴질랜드인 남자친구와 뉴질랜드 여행 2: 이것이 진짜 여행

by 아임비니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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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질랜드에서의 배낚시: 킹피쉬를 찾아

내 인생에 뉴질랜드에서 배낚시를 하는 날이 오다니. 가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남자친구와 아버님이 배낚시를 가서 킹피쉬를 잡은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나도 이들과 함께라면 킹피쉬를 낚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가득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알지 못한채. 

 

제주도에서 목포까지 가는 큰 배나 제주도 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는 배는 타본 적이 있지만 작은 보트는 인생에 타 본적이 없었기에 배멀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큰 배를 탔을 때 아무 문제 없었기에 당연히 괜찮을 줄로만 알았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신이 나서 사진 찍고 아버님과 남자친구와 수다를 떨었더랬다.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자 새들이 한 쪽에 모여 앉아있었고 그곳에서 인생 처음으로 스내퍼를 낚았다. 던지기만 하면 스내퍼가 올라오는데 이 맛에 낚시를 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내 속은 멀쩡했다. 

 

우리는 더 멀리 킹피쉬를 잡을 수 있는 곳에 나아갔다. 그곳에 멈춰서 낚시를 하는 아버님과 남자친구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머리도 아프고 손발이 차가워졌다. 파도를 볼 때마다 내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아버님은 먼 곳을 보아야 멀미가 안난다고 하셨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바닥에 누워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40분 정도 흘렀을까 킹피쉬는 올라오지 않고 스내퍼만 계속 올라오는데 여기까지 와서 집에 가자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진저비어를 마시면서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내가 말은 안했어도 얼굴색이 점점 변해가고 있었기에 남자친구와 아버님은 부랴부랴 정리를 하고 집에 돌아가자며 낚싯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버님은 배가 출발할 때 일어서서 멀리 봐야 멀미가 덜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일어났고 배는 출발했는데 갑자기 정말 구토가 올라왔다. 남자친구는 내 구명조끼를 잡고 등을 두들기고 나는 그렇게 구토를 해버리고 말았다. 

 

육지에 도착해서도 땅이 흔들리고 다음날까지도 머리가 깨질것같았다. 배멀미에 당하다니. 남자친구 말로는 육지에 도착했을 때 내 얼굴이 초록빛이었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꼭 멀미약을 먹고 타야지. 그래도 재밌었다. 언제 뉴질랜드에서 배낚시를 해보겠어!

 

#2 뉴질랜드 야간 산행에서 살아남기

호주로 돌아가기 전날 우리는 남자친구의 누나의 반려견과 함께 근처에 있는 작은 산을 올랐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7시쯤 산으로 향했다. 지금 뉴질랜드는 저녁 8시 30분정도까지는 밝은 상태라서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우리는 8시쯤 중간 정상쯤에 도착했고 표지판을 보고 올라온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기분이 우리를 새로운 길로 향하게 했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이 아닌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8시 15분. 남자친구는 말했다. 우리 지금 가는 길이 잘못된 것 같으니 다시 정상에 올라가서 왔던 길로 내려가자고. 다만 해가 질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쉬지 않고 올라가야한다고. 나는 숨이 차서 더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열심히 걸었다.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상에 다시 올랐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남자친구가 아는 길로 내려간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로밍을 연결했고 우리 모두 안전하다는 것을 전달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남자친구보다 산에서 체력을 소모하고 있을 나를 더 걱정했다고.

 

우리는 강아지를 데리고 또 다시 열심히 내려갔고 밤 9시 40분쯤 드디어 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했다. 종이인형같은 체력의 소유자인 나는 결국 탈수가 와서 수분을 빨리 보충할 수 있는 영양제를 먹고 소파에 한참을 누워있다가 그대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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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이틀은 어떤 관광객도 쉽게 체험해 볼 수 없는 경험이라고 나는 자부한다. 현지인과 함께 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배낚시와 야간 산행이 제일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종이인형을 데리고 다녀준 남자친구에게 치얼스!

 

1편을 안보면 안되겠죠? 1편은 아래 링크에서!

2024.02.14 - [키위와 비니] - 뉴질랜드인 남자친구와 뉴질랜드 여행 1: 여러분 사랑해요

 

뉴질랜드인 남자친구와 뉴질랜드 여행 1: 여러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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