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저녁에 또 만나
키위는 카페에서의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중 곧바로 저녁 일정을 물었다. 나는 스케줄이 있었지만 없다고 했고 우리는 그날 저녁 그가 새로 이사한 집 근처에 있다는 푸드마켓에서 두번째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그는 우리집 앞으로 픽업을 왔다. 우리집에서 푸드마켓까지는 차로 15분이 걸렸는데 너무 떨려서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가 물어보는 말에 대답만 했을뿐. 뭐라고 대답을 한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우리가 도착한 Grazeland는 빅토리아마켓이나 사우스멜번 마켓처럼 크고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각국의 음식점들이 작은 부스로되어 이루어져 있고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와서 먹을 수 있는데 자리 사이사이마다 난로도 배치되어 있어서 야외 마켓임에도 불구하고 춥지 않았던 것 같다. 공연장도 있고 뒤쪽으로는 바닷가도 보여서 아주 운치가 있었다. 지금도 주기적으로 이 곳에 가서 저녁 데이트를 즐긴다.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 밥을 먹으면 새 모이만큼밖에 못 먹는 사람인데 그날은 스파게티를 반그릇이나 넘게 비우고 디저트로 미니 도넛까지 챙겨먹었다. 인사만 나눴다고 해도 알고지낸지 거의 1년 가까이 된 사이였고 혼자 짝사랑 하면서 내적 친밀감을 쌓았기때문에 긴장은 되도 마음은 편했던 것 같다.
#2 후드티 돌려줘야 하는데
Grazeland에 갈 때 옷을 너무 얇게 입고 가서 차 안에 있던 그의 후드티를 빌렸다. 차 안에서 벗기도 그래서 도장에서 돌려주겠다고 하고 그대로 입고 집에 갔는데 생각해보니 다음날은 친구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이어서 교외까지 나갔어야 했다. 도장의 모든 클래스가 끝나갈 시간까지 파티가 계속 되었고 트램 배차 간격도 길어서 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에 후드티를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데리러 갈까? 나 지금 클래스 끝났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데리러 가겠다고 하는 키위. 나는 그 날 그에게 다시 한번 반했다. 그는 차로도 30분이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달려와서 나를 픽업했고 우리는 그렇게 또 세번째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후드티 안돌려주길 잘했다.
#3 만나게 될 운명
후드티 덕분에 우리는 한 번 더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을 시작으로 그와 매일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는 식사 후에는 항상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줬고 차 안에서 한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가 점점 더 좋아졌다. 누가 먼저 사귀자고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연인이 되어 서로 함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차고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대화를 한 후에 집으로 들어간다. 점점 가족의 형태가 되어가면서도 아직도 우리 사이는 달달한 연애초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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