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아지 분리불안에서 해방되기
로지가 우리집에 오기 전 가장 큰 걱정은 강아지 분리불안이었다. 그래서 처음 데려온 날부터 일주일간은 내가 재택근무를 하며 로지와 항상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잠은 꼭 따로 재웠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로지는 혼자 잠도 잘 자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내가 옆에 있어도 혼자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고 내가 거실에 있으면 혼자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잘 때도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분리불안이 애초에 없는 강아지가 아닐까.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로지는 산골짜기에 있는 팜에서 자라서 처음부터 자유롭게 자랐다는 것. 그리고 부모견과 3개월동안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왔기 때문에 애착 형성도 잘 되어 있었다.
로지는 분리불안이 없었는데 우리가 분리불안이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로지와 떨어지기 싫은 살짝 극성인 나와 남자친구. 그렇다. 우리가 분리불안이었던 것이다. 이런 불안감에서 해방되고 나서 우리는 좀 더 자유롭게 외식도 하고 우리만의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나가서도 로지 생각뿐이지만.
#2 강아지 분리불안을 위한 견주의 좋은 습관: 애착형성
우리는 로지가 어릴 때 너무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평소에 사랑을 듬뿍 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무턱대고 관심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애착관계 형성이 안되기 때문에 분리불안이 생길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혼자 있어야할 시간에는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 천천히 외출하는 시간을 늘린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등 언젠가 엄마 아빠는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켰다.
그래서 로지는 혼자 있는 시간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내가 일주일에 이틀에서 삼일정도 오피스 오후 출근을 할 때나 우리가 데이트를 할 때 세시간에서 많게는 반나절정도 혼자 지낼 때가 있는데 집에 돌아와보면 얼마나 꿀잠을 잤는지 로지가 잤던 자리가 따끈따끈 하다. 아무래도 엄마아빠가 귀찮게 굴지 않으니 숙면을 취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장시간 외출할 때는 집안에서 놀다가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새도 보고 곤충도 잡을 수 있게 뒷마당으로 향하는 문을 개방해둔다. 가끔 뒷마당에서 심취해서 놀고 있을 때는 우리가 귀가해도 느릿느릿 마중 나올 때가 있다. 심지어 로지는 집에서 잠을 잘 때도 사진처럼 배를 다 내놓고 잠을 잔다.
경계심이라고는 일도 없는 강아지.
#3 아무리 귀여워도 잠은 따로
나도 안다. 이렇게 귀여운 아가랑 따로 자라니. 처음 로지가 왔을 때 남자친구는 로지와 바닥에 붙어있었다. 로지만 챙기느라 나는 뒷전이었다. 침대에는 못 오르게 하겠다면서 집에 돌아오니 침대에 로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같이 누워있었다. 둘은 환상의 짝궁이 되어 어딜 가든 함께 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가 꼭 지켰던 룰은 잠은 따로 잘 것. 방문 앞에 앉아 들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로지를 뒤로 하고 크레이트에서 자도록 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후 로지는 꼭 크레이트 안에서 자는 건 아니지만 자기가 편한 장소에 가서 잠을 자고 우리가 일어나는 시간에 함께 일어나거나 깨우러 오는 아주 정중한 강아지가 되었다. 실외 배변을 하는 로지는 밤에는 배변활동을 하지 안하서 잘 깨지도 않고 푹 잔다. 육아난이도 최하의 강아지가 여기 있었네.
처음에는 로지도 이 집과 우리가 아주 편하지만은 않아서 누가봐도 불편하게 자고 작은 소리에도 깨는 강아지였는데 지금은 왠만한 소리에도 깨지 않고 잔다. 요즘은 날이 더워져서 화장실 타일 바닥에 누워있을 때가 많은데 우리가 문열고 들어가도 안나가고 자고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에게 사랑을 주면서 관심은 조금 덜 주고 잠도 따로 자야하고 이렇게 힘든 일이 또 어디있겠냐만은 반려견과의 행복한 라이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필요한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견주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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